작전이 난관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이라면, 장난이란 모름지기 그 난관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놀이다. 어지럽게 돎으로써 장난감으로서의 존재감을 팽이가 완수해내듯, 그렇게 어지러울 때에야 비로소 중심을 잡고 돌 수 있듯, 장난은 어지러움 속에서 세상에게 속지 않고 비껴가는 재주를 부린다. 장난이 곧 당신이 말한 바. 와선과도 같은 경지인 셈이다. 이 낙천적이고도 버르장머리 없는 태도를 지닌 구도의 방식은, 드잡이처럼 억센 독기가 아닌 천진성을 통해서, 그 무장해제를 통해서, 마땅해선 안 될 마땅한 것들과의 불온한 조우를 실천한다.

시옷의 세계, 김소연